여자당구선수, 당구입문 쓰리쿠션도전기

쓰리쿠션을 치는 여자 당구선수를 지망하는 어린 친구들이 확실히 많아진 거 같다.

대회장을 한 번씩 나가보면 어쩌다 한 명씩 눈에 띄던 여자들이 요즘은 많이 보인다. 얼마 전 동호회 전국대회에도 내가 속했던 저점자부에는 여러 명의 여자분들이 보였다.

그런 현상이 당연한 게 워낙 아직까지는 여자 선수층이 앝기 때문에, 그리고 고수층은 더욱 더 없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넘친다고 본다.

난 처녀 적 친척의 당구장에서 조금 쳐봤던 경험으로 50대 초반 직장에서 회식할 때면 동료들과 같이 2차로 가서 다시 당구를 접하게 되면서, 그리고 대대 쓰리쿠션을 쳐보게 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당구였구나 라는 각성을 가지게 된 것이 ,
지금까지 나이가 많아졌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얼마나 좋은지. 이 나이에도 꿈을 꾼다는 것이. 전혀 가당찮은 꿈일 뿐이면 우습겠지만 그건 아니거든. 여자 당구 세계는 내 나이에도 꿈을 꿔볼 만 하기에.
쪼금 아쉬운게 최소 5년만 젊어도 좋겠다고 생각을 하긴 한다. ㅋ

꿈을 떠나 나는 당구가 너무 좋고 재미있기만 하다. 왜냐하면 당구는 게임이거든. 체력만 충분하다면 하루 종일 놀아도 게임하는데 재미없을 순 없다.

한게임 한게임 긴장감 넘치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또 생각한 데로 공이 굴러갈 때 얼마나 큰 희열을 맛보는데.

물론 안되고 그림이 막막하고 결국에 게임을 지게 될 때 성질나고 분통 터지고 억울하고 확 큐를 던져버리고 싶은 때도 많지만 그것이 다 살아있는 모습이 아니던가.
이만큼 내 나이에 나를 열불 나게 할 것이 무엇이 있을 것인지.ㅎ

당구가 이젠 여성들에게 붐이 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1. 실내 금연 법제화의 역할

대부분의 여성들이 당구장을 회피하게 된 것은 당구장 안을 가득 메운 흡연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2017년 12월 3일 당구장을 포함하는 실내체육시설 금연법을 시행하게 되면서부터 당구장 내의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예전 당구장 하면 떠오르는 매캐한 연기 자욱한 당구장 모습이 사라지고 여성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으니 남성들의 전유물로 빼앗겨버린 공간을 여성들이 찾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때 당시 내가 생각했던건 과연 당구장이 금연이 될까?
였다. 그러나 법이 생기면 변하는건 하루아침에 바뀌더라고.

2. 당구는 원래 여성스러운 운동이다.

당구는 힘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같은 섬세함으로 치는 것이다. 깨끗해진 당구장에 여성들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숟가락들 힘만 있으면 당구는 친다. 당구만치 여성에게 맞는 운동도 없다.

3. 당구의 운동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크다.

당구는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치매 예방 등에 좋다. 당구공을 타격할 시 인체는 충격을 받는데 우리 몸은 이것을 뼈를 단단하게 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당구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고 고수로 갈수록 많은 기술을 구사해야 하므로 머리가 좋아지게 하여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당구는 저강도의 운동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한 시간 게임이면 1.2km를 걷는 효과가 있고 허리를 숙이고 자세를 요리조리 잡는 동작은 게임 속에서 자연스레 요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당구장에서 놀다 보면 집에서 밥을 먹고 나온데도 꼭 배가 고파지는 게 참 신기하기도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집중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우리 인체의 대부분 에너지는 두뇌에서 쓰는데 그러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배가 빨리 고파지는 것이었다.

4. 높은 가성비도 당구가 좋은 이유다.

당구의 장점은 높은 가성비에 있다. 하루 종일 놀아도 1~2만 원 정도면 된다. 골프가 3,40 만원 드는데 비하면 5%의 가격으로 같은 시간만큼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발 유니폼 장착 등 허수로 돈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당구장 가기 딱 좋은 옷은 편한 바지에 편하고 헐렁한 티면 족하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고 얼마나 좋은가~~


5. 배우기 쉽다는 점도 여성들의 인기를 끄는 이유다.

당구의 매력이자 장점은 무엇보다 처음 배우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들을 익혀야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서 핸디가 있기 때문에 얕은 기술로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기술로만 따지면 당구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기술을 가진 복잡한 스포츠란다.


몇백 몇천 가지의 복잡한 기술을 가진 스포츠는 당구 외에는 이 세상에 어느 것도 없대. 머리가 좋든지 노력을 많이 하든지 둘 중 하나 이상은 있어야 당구를 잘 칠 수 있다. 그것이 당구를 배우기 어려워하면서도 묘한 매력으로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당구는 중년 이후에 흐트러지기 쉬운 집중력을 향상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당구를 잘 치기 위해서는 양궁, 사격, 컬링, 탁구, 야구, 축구 등 다른 구기 종목과 같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구는 은퇴한 베이비 부머들과 주부들이 적은 돈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길을 걷다 보면 내 또래쯤의 생기 잃은 아줌마들을 보게 되는데 난 그들과 다르다고 혼자 생각하며 걸어간다. 나는 당구선수가 꿈인 그래서 열공 중인 아줌마라고.

한때는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기도 했고 등산도 열심히 다녀보고 골프도 쳐봤지만 이젠 그 어떤 것도 당구 외엔 매력이 없다.
해외여행 제주도 여행 그런 거 나에겐 생경할 뿐이고 가고픈 생각도 없다.

오로지 하루 일정 끝내면 당구장에 달려갈 생각만으로 매일매일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