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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의 시어머니

나의 일상/내가 짓는 글상자

by 당구소녀 2023. 1. 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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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시골집에 가서 배추를 전날 가서 하룻밤 절여가지고 씻어와서 김장을 했다.



매년 아파트 베란다 좁은 공간에서 어찌어찌했는데 올해는 물도 아껴야 하고 쓰레기 버리는 일도 겁이 나 시골가 절여오기로 했는데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는 거.

수돗가에 넓은 통들 맘껏 쓰고 배추쓰레기  퇴비자리에 탁 던져놓기만 하면 되고 씻기도 네 번이나 충분히 씻었다.



이렇게 수월한걸 왜 안 해봤을까

홀로 계신 울 시어머니와 하룻밤 오붓하게 지낼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시어머니 연세 88세
티브이에 나오시는 어르신들 보면 정정하셔서 90이어도 허리 꽂꽂하신 분들도 많으시더구먼 울 어머니는 지팡이 없으면 못 걸으신다.

허리 척추시술을 몇 차례 하셔서 잠깐 화장실 가실 때는 지팡이 대신 다리를 집고 걸으신다.

평생을 혼자서 집안 농사 다 하시고 7형제자매 자식들 키워내 오신  어머니.
그 시절 대부분의 부모님들처럼 그렇게 수고로운 삶을 살아오셨지만 울 시어머니는 유유자적 선비님처럼만 사신  시아버지 때문에 혼자서 그 모든 일을 감당해오신 어머니시다.

어머니 갑자기 빨간통을 버리끄냐고 물어보신다.
왜 잘 쓰고 있는 통을 버려요?
깨진 통들은 다 버리셨는데 성한 빨간통들도 이젠 본인은 안 쓰시니 버리실까 하신 거다.

시골집 요소요소에 박혀있는 안 쓰는 잡동사니들을 하나 둘 치우고 계셨나 보다.
가실 때를 준비하고 계신 것. 머 하러 본인 가신 후까지 생각하고 계실까? 그것은 남은 자식들의 몫일뿐인데...

울 시어머니는 그런 분이시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고자 하신 어머니.
시골집에 일거리 있다고 언제 오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날짜에 찾아가면 더러 일을 먼저 해버리셨다.
날씨 때문에 노파심에 미리 할 때도 있고 당일 하루 와서 일분량이 많을까봐 일부 해놓으실 때도 있고. 왜 그러시냐고 아프다 아프다 하시면서 왜 혼자 일을 다 해버리시냐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으시다. 매번 그 모양새였다.

이젠 완전히 본인몸을 못 가누시니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부탁하고 기다리시지만 지금도 본인이 일의 양을 충분히 알고 계시기에 분량조절을 꼭 하신다. 세심하게 자식걱정은  아직까지도 여전하신 것.
그러니 본인 가신 후까지도 저리 염려하고 정리하시는 것.

거동도 불편하시니 울 집에 오셔서 사시자해도 완전히 힘들 때까지는 그냥 이리 살란다 하신다. 하긴 본인 살던 곳이 가장 편하고 좋은 것이긴 하지. 낮에는 회관에 가셔서 종일 놀고 점심도 드시고
하시면서 친구분들이랑 노시지만 울 집에 오시면 그런 편함은 없어질 테니.

그래서 거동이 정말 힘들어지시게 되면 오시기로 했다.
요즘은 보통은 요양원에 모시지만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대한 생각이 좋지 않으시다. 자식들 눈치 보기 싫어 어쩔 수 없이 가실 뿐 대체로 요양원을 가는 걸 극구로 싫어하신다.

나도 우리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긴 싫다.
치매로 너무 힘들어지면 어쩔 수 없다. 어머니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치매 아니면 어머니는 우리가 꼭 모신다고.

첨엔 어찌 들으셨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머니 내 말을 믿으신다. 본인이 최후로 갈 곳이 있으신 걸 인지하신다. 이런 걸 어찌 보면 내가 생각해도 참 좋은 며느리네 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때 웬만하면 요양원을 먼저 생각하는 추세니까.

근데 내가 그렇게 어머니를 모실 생각을 하는 것은 상호작용에서 나온 것이 크다. 울어머니가 자식들 위해 얼마나 애를 쓰셨고 여태 매운 시집살이란 들어도 못했으며 그 잔잔한 사랑에 난 존경심 까지 느끼고 있으니.

어머니 좀 젊으셨을 땐 맛난 고추장 된장 아무 생각 없이 가져다 먹곤 했다.
7형제이니 양도 두솥은 콩을 삶아서 일을 하는 거였는데 그 수고로움은 전혀 모르고  그 맛난 된장을 아 우리 집 어머니된장은 너무 맛나네~~ 하면서 퍼다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친정언니에게 먹어보라 싸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 힘드셔서 내가 가서 일을 하고 보니 된장 하나에 얼마나 큰 수고가 저며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 랑까지 꼭 같이 가서 힘을 쓰는데도 힘 붙이는 일이었던 것인데 어머니는 혼자힘으로 그 일들을 어찌하셨을까~~

어머니 가시면 나는 허해서 어찌 살까 싶다. 언제나 든든하게 시골집을 지키고 계셨는데 가시면 그 빈자리를 어찌 채울 수 있을까? 부디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옆에 계셔주시면 좋겠다.

사랑하는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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