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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편

나의 일상/내가 짓는 글상자

by 당구소녀 2023. 5. 1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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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7살에 시골 버스터미널 다방에 선을 보러 갔던 그때. 난 너무나 이쁘고 잘생긴 랑을 보고 첫눈에 반했었다.

계단참에 서있다 올라오는 젊은 총각이 어쩌면 그렇게나 잘생겼던지. 장동건과 비슷하달까~~ 아마 속으로 웬 횡재냐~~ 했을까? ㅋ
난 외모를 따져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잘생김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자리에 앉아 커피를 시켜 마시는데 손을 달달달 떠는 모습이 얼마나 순수해 보이던지. ㅋ  랑의 첫 모습의 그것으로 모든일이 만사오케이였다.

때가 음력으론 설 되기 전이었고 해를 넘어가면 사주상 좋지 않다는 말이 있었던 차라 선보고 맘에 들었음 바로 결혼시키자 해서 해 넘기 전에 후다닥 우리 결혼은 진행되었다.

내가 좀 창피한 부분도 있어서 누구에게 말하고 그러지 못했는데 우리 결혼은 23일 만에 꼴인 되었으니 아무리 30 여전이라 해도 심하긴 심했다.


그래서 사실 신랑을 전화통화는 좀했겠지만 만나는 건 두세 번이나 했었을까?
두 번째 볼 때 어? 좀 그런데?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이대로 결혼을 해야 되나? 하는 고민도 좀 했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이미 진행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느낌 하나로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워낙 착해 보이고 잘생겨서 인물 뜯어먹고만 살아도 좋을 판이라 생각하는 부분도 컷을것이다~~ㅋ

신혼을 랑 직장가까이 하느라 시골소읍에 500만 원의 작은 단칸방을 얻어 시작했다.

신혼엔 약간의 작은 줄다리기도 있었겠지만 알콩달콩 달달한 신혼이었던 거 같다. 그런대로 우리는 잘 맞았다. 랑이 성질이 모나지도 않았고 또 난 대체적으로 사람 성격을 잘 이해해 주는 부분이 있어서였던듯.

부딪혀 한 번씩 싸울 땐 못살겠다 왜 만나보지도 않고 곧바로 결혼했을까? 내가 두 달만 만났어도 결혼은 안 했을 텐데 하는 후회도 했었지만, 또 한 번씩 이혼생각도 여러 번 했었지만 우린 신혼을 잘 넘기고 애들을 셋이나 낳고 키우면서 잘 살아왔다.



랑은 오형인데도 성격이 심하게 소심한 부분이 많았고 한참 애들 어릴 적엔 아이들에게 여러 경험들을 주고 싶은 맘은 큰데 해줄 수 없는 이유로 서러웠고 나중엔 부모로서 불가능한 영역으로 인정하고 포기하였기에 지금도 그 부분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특히 아들이 영향을 많이 받아서 지금의 활동적이지 못한 소심함이 유전된 거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아들이 천성이 선하고 착해 못된 사람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젊을 때는 이런저런 일로 랑의 성격으로 인해 불만도 많고 밉기도 많이 밉고 했었지만 그래서 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장장애로  암 전단계라 하는 위상피화생을 진단받을 만큼 힘들기도 했었지만 어째 어째 그런 때도 지나고 나이가 중년이 되고 보니 어느 순간엔 소심함도 되려 일상의 편안함을 주는 쪽으로 괜찮구나 싶더라.

언제나 집에만 들어오면 나가지 않고 혼자서도 몇 날 며칠이라도 잘만 쉬고 잘만 놀 줄 아는 랑이 너무 편한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맘껏 당구 친답시고 집을 비우고 있어도 본인이 혼자 놀기 잘하고 그게 편하니 머라 잔소리 없고 오히려 잘해라 다독여주기까지 하니 나로선 얼마나 좋은 일인지.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내가 열심히 나름 살고 시댁에도 본인보다 잘하는 노력이 믿음을 준 것도 있기는 하겠다.

이렇게 랑이 나를 배려해 준 덕에 내가 이제 이 나이에 취미활동 확실하게 해서 매일을 꿈을 꾸며  즐겁고 활력 넘치고 젊게 살고 있으니 남편을 잘 만났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애초에 포기한 부분이 있으니 이런 평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한다고 준비하고 나가는 남편을 보면서 이제와서보니 이런 착한 남편이 없네 싶다. 여태 성실하게 돈 벌어다주고  안 쓰고 어문데 투자해서 돈 날리는일 없고 건강하고~~

때때로 보면 랑은 신기할 만큼 젊다. 아직도 피부도 매끈하고 잘생긴 얼굴이 40대처럼 탱탱해서 도저히 환갑나이로는 보이지 않는다.  잘생긴 얼굴 뜯어먹고 산다는 엉뚱한 농담이 맞을 정도여서 나는 이따금 신기하게 바라본다. ㅎ 내가 가만히 쳐다보면 랑은 또 순진하게 얼굴을 붉히고 쑥스러워한다. ㅋㅋ
그 나이에!!

애들 다 독립시키고 둘만 남으니 더욱더 남편이 각별하다. 든든하게 영원한 내편으로 나를 지켜주고 있어서 외롭지 않게 남은 날들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니.  

내가 당구대회라도 있어서 나가게 되면 제발 딴소리 없이 나를 좀 케어를 해 주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혼자 멀리 다니려면 너무 힘들고 부부가 같이 여행하듯 전국을 다니면 얼마나 좋은 일인데.. 일부러 캠핑카도 만들어 전국을 다니는 부부들도 있던데 우린 사정상 꼭 드라이브가 필요한 상황이니 같이 여행하듯 다니면 그보다 멋진일이 있을까나~~~

남편님 이제 내 매니저역할을 좀 해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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