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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모두 집을 떠나고

나의 일상/내가 짓는 글상자

by 당구소녀 2023. 5. 1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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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여 전에 큰딸이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났었고, 한 달 여전 막내딸이 취직해서 직장 근처로 방을 얻어 독립을 하고 울 집엔 아들만 남았습니다.

아들은 공부한답시고 변변한 직장 없이 서른이 다되도록 독립을 않고 있어서 어떡하든 한 사람 몫을 해냈으면 하는 맘으로 오월에는 무조건 집을 떠나 독립하라 완곡하게 말했습니다. 그 나이 되도록 인생에 대한 고민 없이 게임에만 열심히 밤새 빠져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사는 거 같아 진절머리가 처졌거든요. 더 이상은 밥 해주는 것도 싫더라고요.

저도 엄마의 구박 아닌 구박에 더 이상은 못살겠던지 구직활동을 하고 취직을 하네요. 집에서 일 년간 다녔던 지역 내 회사가 아닌 타지에 3교대 근무지를 알아보았나 봅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마지막으로 아들도 짐을 싸서 집을 떠났습니다.



이제 넓은 집에 덩그러니 두 사람만 남았네요. 아주 시원하다 했습니다.  더 이상은 자식들 뒤치다꺼리 없이 온전히 내 삶만 살아가면 되니까요. 둘이서 다시 신혼이 되었다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아들 집 떠난 지 사흘째인데 새벽잠 깨어  이거 저거 상상하는 중에 아련히 먼가 깊은 허전함이 밀려듭니다. 뱃속이 허해서 참외하나 깎아서 들고 먹으려고 냉장고로 가는 그 짧은 발걸음이 사뭇 무겁습니다. 빈 공간이 갑자기 후욱 느껴집니다.

아이들 모두 떠난 넓은 이 공간은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인생이 그렇지요. 자식들이 다 컸으니 집 떠나는 것은 당연하고 또 그래야 하고. 그렇지 못할 때가 문제가 되는 거니까요.

인생 2막? 그런 느낌이 드네요.
자식들 키워 독립시키고 둘 만남아 우리만의 날들을 살아낼  인생 2막.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열열하게 즐기는 취미활동이 있지만 랑은 취미가 없는데 어쩌나 걱정이 드네요. 무감각할 것 같은 랑도 어쩌면 나처럼 한 번씩은 허전함이 찾아올 텐데.. 집돌이라 퇴근하면 언제나 집에만 있는 랑도 어느 날은 조용하기만 한 집이 크게 느껴질 텐데...

그래도 랑에겐 나만 있으면 만사형통일 테니 걱정은 크게 안 합니다. ㅎㅎ

시어머니 시골서 더 이상은 혼자 못 사시겠다 하면 모셔와서 빈방 하나 어머니방하면 되겠네요. 지금까진 한 번씩 오실 때 거실에 돌소파서 주무셔서 서로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자식들은 독립시켰으니 니들은 니들 알아서 잘 살라하고 우린 혼자 남은 어머니께 효도를  다하고 살아야겠어요. 어떻게 보면 바통터치? 내가 보살필 사람이 자식에서 혼자 사시기 버거운 나이 드신 어머님으로 옮겨가는..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의아하기만 합니다. 그저 애들 낳고 키우느라 정신없이 지내온 시간들일뿐인데...
시간순삭? 그런 느낌이랄까~ 나는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내게 꼬리표처럼 남겨진 건 흘러간 세월의 흔적.

지금껏 나름 열심히 살아와서 후회랄 건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앞으로 인생 2막도 더 신나게 살아서 꿈을 꾸고 소원을 이뤄보려 노력하며 열심히 살면 충분합니다. 열심히 사는 현재!! 그것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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