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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의 일상/내가 짓는 글상자

by 당구소녀 2023. 7. 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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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큰 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딸은 애기 때부터 튼실하고 조용한 아이였다. 먹는 건 무엇이든 잘 먹었고 잘 웃고 잘 자고 그야말로 힘들 것이 하나도 없이 착한 딸이었다. 한 번은 일이 있어 아파트 1층에 있는 놀이방에 데려다 놓은 일이 있다.

몇 시간만 봐달라 하고 나간 것이었는데 다녀오자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며 하시는 말이 먼 아이가 이렇게 조용하냐고? 근 두세 시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내가 데려다 놓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한다. 말은 집중력이 대단한 아이라고 하셨지만 얼마나 아이로서는 그 상황이 불편하고 무서웠으면 그랬을지는 짐작하기도 하겠지만 그런다 한들 그대로 꼼짝 않고 있기가 쉬운 일은 아녔을진대 집중력면에서는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나도 했었던 거 같다.

순하디 순한 성격이어서 오빠와도 큰 다툼이 없었고 아래 여동생과도 대체적으로 양보해 버리는 통에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골치 아프다거나 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이따금 한 번씩 참다 참다 안 되겠는지 버럭 성질을 부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푸르륵 성질을 내고는 또 곧 조용해지곤 했는데 그것이 큰딸에게는 최고의 성질부림이었던 거 같다. ㅎ



둘째여서인지 첫째 아들처럼 돈을 들여 여러 가지로 사교육을 해볼 생각은 않고 겨우 했던 건 피아노를 보냈었고 피아노대회에 나가 상을 한번 받아보았던 게 다였다. 성격이 너무 온순하니 씩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태권도를 보내도 보았지만 그리 오래 다녔던 거 같진 않다.

요즘은 필수적으로 사교육들은 시키는 거 같지만 우리 딸은 영어학원을 보내고 수학학원은 중학교에 들어가서나 보냈던 거 같은데 공부를 곧잘 해와서 크게 신경을 썼던 거 같진 않다. 그마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야간자습이 생겨서 학원을 못 보내게 되어 사교육으로 투자된 돈이 적다.


딸은 중학교 때 성적은 상위권에 있었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자사고를 갈 수 있었다. 자사고에 들어가서 2학년부터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근교 지여서 1학년에는 못 들어갔던 것이 2학년이 되면서 성적도 더 오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숙사배정은 확률이 좋아지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딸은 스스로 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타입으로 기숙사생활을 하니 더 안정적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등수는 점점 더 좋아졌고 선생님들의 기대도 많이 받았다.

수능시험을 치르게 되었을 때 고대하고 열망하는 마음으로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아득하다. 학교 운동복 츄리닝에 신발 들고 가방 메고 걸어 나오는 딸을 멀리서 지켜보던 안쓰러움 반, 기대반의 기억이 생생하다.

시험을 잘 보았냐는 말에 딸은 첫 시간에 엄청 떨려서 못 보았다고 했다. 아뿔싸~ 이것이 시험을 망쳤나 보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머. 이런 생각들을 하며 얼마나 못 보았길래? 하고 물었다. 첫째 시간 국어시험을 4개나 틀렸단다. ㅠ 그럼 다음 과목은? 100점을 맞은 거 같단다. 수학은 잘 보았냐니까 마지막 한 문제가 젤로 어려운데 오랜 시간 들여 겨우 풀었는데 답이 맞았단다. 그래서 또 100점이래. ㅎ 울 딸 수능시험 국어 4개 틀리고 다른 과목 올백이었다. 난 잘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성적이 잘 나올 줄은 몰랐다. 

여러 방향으로 진로를 생각하다가 교사 쪽으로 정하고 서울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들어갔다. 자사고였던 관계로 내신성적이 안 좋아서 서울교대는 탈락했었다. 그렇게나 교대가 실력들이 쟁쟁했다.

금방 시간은 흘러 4학년이 되고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두문불출 열심히 공부만 하는 거 같았는데 어느 날 울 딸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원체 좀 건강한 체격이었지만 공부한답시고 얼마나 노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완전 거구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 길 가다 와~ 진짜 뚱뚱하시네 하는 부류의 아~~ 주 뚱뚱한 거구가 되어있었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서울은 행여나 어려울수도 있다며 경기도에서 보았던 임용고시를 잘 봐서 그해 3월에 바로 배정을 받아 초등교사가 되었지만 난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워낙 세태가 외모지상주의인데 초등학교 어린아이들도 외모를 중요하게 판단들을 하는데 저리 거구여서 제대로 선생님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었던 것. 아무리 중요한 시험 때문이었다지만 여자가 저리 자기 관리가 부실한 모습이 되어버렸으니 너무 안쓰럽고 슬펐다. 

그런데 울 딸은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었던 것. 몇 달 후에 본 딸은 그간 얼마나 노력을 했었는지 평범한 아가씨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반가까이 살을 빼버렸다.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받으며 식단 조절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엄마가 봐도 너무나 자랑스러운 인간승리.

나는 자랑스러운 딸덕에 이제 두 다리 뻗고 큰딸걱정일랑 잘 살겠거니 하고 뒷전으로 두고 있었는데 학교 선생님들 사건이 터졌다. 23살 너무나 발랄하고 이쁠, 막 교사가 되어 인생의 황금기에 접어든 나이의 아가씨가 학교에서 자살을 했다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도 잘나게 열심히 노력해서 교사가 되었는데 다 버려두고 자살을 선택한단말인가?

이런저런 기사에 나오는 교권침해사례들을 읽으며 마음이 너무 아프고 먹먹해진다. 학교 선생님을 딸로 둔 내 마음도 덩달아 너무나 걱정스럽고 아프다. 이제 선생님이 되었으니, 누구나 부러워할 교사가 되었으니 앞으로의 인생은 찬란하겠거니만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학교 현장이 아수라장이었다니.

그걸 견디고 교직생활 한 중심에 있는 딸이 너무나 안타깝다. 왜 이렇게 교권추락이 왔고 어린아이들이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보지 않는 세태가 어찌 왔는지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선생님이 아이들을 다스릴 수 없고 선생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면 누가 아이들을 가르친단 말인가?

누가 잘잘못을 따져서 옳은 길을 알려준단 말인가? 다수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왜 문제아 한 명 때문에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문제아를 제대로 따져서 잘못된 부분에 따끔한 질책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놓아 버리면 그 아이는 누가 잘못을 지적해 주고 옳은 길을 알려준단 말인가? 

왜 자기가 낳은 자식도 간수 못하면서 학교 선생님을 질책한단말인가? 못된 버릇을 들인 본인 잘못을 왜 모르고 자기들 편한 데로 세상이 돌아가길 바라고 자기 자식만 특출 나기를 바라는가? 아이가 잘못을 했으면 부모는 와서 용서를 구하고 자기 자식을 혼을 낼일이지 왜 학교 탓을 하고 선생 탓을 한단 말인가? 잘못을 따끔하게 가려줘야 하는 게 선생의 역할인걸 왜 그런 걸 잘못했다고 민원을 넣고 소송을 한단 말인가?

다수의 좋은 인성들이 모여 사회인성이 되는데 자꾸 그 일반화를 무너뜨려 험악해지면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귀다툼의 인성이 대세인 사회가 된다면 그곳에 선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법으로라도 억지로라도 전체인성이 모나지 않도록 기본을 정해놓아야지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된다. 대한민국이 치안이 좋고 사람들 성품이 좋다는 해외 인정을 받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인성이 따뜻해서이다.

사회인 저변에 깔린 양심이란 것이 훌륭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따뜻한 나라인 것이다. 양심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범죄도 많고 악랄해지고 치안이 불안하고 잘 살 수 없는 나라이다.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고 인권이 중요하지만 인권만 강조하다가 나라 망치게 생겼다. 학생인권이 왜 필요한데?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옳은 길을 알려주는 곳이지 싸우고 빼앗는 곳이 아닌데 왜 학생인권이 필요한가? 잘못을 하면 벌을 받고 혼을 내는 게 당연한데 왜 그 당연한 걸 못하게 막아놓고 어찌 아이들을 훈육한단말인가? 어릴때부터 잘잘못에 대한 상벌을 확실하게 가르쳐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막아놓으면 사회양심이란것이 생길수 있을까?

학교에서 중요한 건 학생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으로 선생님의 권위가 더 중요하다. 선생이 먼저 자유롭고 존경받을 만큼 양심을 가진 행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왜 학생만 중요하고 선생은 권리를 빼앗아버렸는가? 가르치는 선생님은 존경받아야 아이들이 가르침을 받는 것이지 존경받지 못하고 일개 감정쓰레기 청소부노릇이나 한다면 가르침을 받는다는 게 가능할까?
 
먼저 우리보다 앞서 교권침해의 현상들을 겪은 일본은 현재 선생님들이 없어 난리라한다.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부족해지는 것도 있지만 아예 인력충원자체도 힘들다 한다. 우리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교육이야말로 나라의 백년지계  가장 중요한 일인걸 저급의 교육 수준을 만들어서 나라의 존립이 가능하겠는가? 사회 기본 인프라의 기본 중에 기본인 교육을 이대로 무너지게 할 것인가?

출산률저하로 말들이 많은데 맨날 듣는 소리들이 이리 학교의 부조리함 폭력 불평등등 말이많은데 누가 자식을 낳아 선생님도 날개꺾여 무력해짐으로 못지키고,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아이들이 주름잡는그런 정글속에 보내놓고 싶겠냐고? 나라도 키워서 학교보낼 생각하면 무서워서 차라리 애완견이나 키우지~ 하는 생각이 들거같다.

어떤 일에나 중도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을 찾는 것이 지금의 우리 교육시스템에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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