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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나의 일상/내가 짓는 글상자

by 당구소녀 2023. 1. 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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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가는 마사지샵에서 피부관리를 받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내 친정엄마 말이 나왔다.

평소 오래된 지인이라 잘 아는 사이였는데 여태 친정엄마 야기는 첨이란 말을 하다 내가 자랑하듯 한소리는 우리 엄마는 참 대단한 여장부였네~~였다.

나의 엄마
정말 오랜만에 불러보는 단어다.

시골마을 우리 엄마는 참 대단한 여장부셨다.
너무 확실한 성격에 똑똑함에 작은 시골동네지만 그곳에서 우리 엄마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지독하게 일 잘하고 말 잘하고 사리분별 확실한 엄마를 능가할 사람이 없었다.

기억 속에 들었던 엄마의 젊은 새댁시절 매운 시집살이 이야기는 참~~ 독하고 독한 이야기였지만 새댁이던 엄마는 없는 살림에 배곯아가며 살던 집안 살림을 일으키며 집안의 기둥으로 종부엔 그 독했던 시어머니도 꼼짝 못 하게 하실 정도로 지독히도 일하고 지독히도 모으고 그렇게 가난한 살림을 키워낸 나의 엄마

그 시절엔 다들 아이들이 대여섯은 기본이었고 동네 누구네 집은 아들 낳는다고 딸만 내리 열을 넘긴 딸부잣집도 있던 시절

어린 아이들 먹여 살리고 가난한 집안 일으키려 엄마는 아빠를 앞세우고 새벽부터 깜깜한 밤까지 논일 밭일 농한기엔 마을에 있는 당면공장이며, 무슨공장이며 끝없이 사계절을 쉬지 않고 일하셨는데.

한번은 당면공장에 엄마를 찾아 심부름을 갔던 기억도 있다.
쭈뼛쭈뼛 공장 정문안으로 들어가 좀 걸어가니 아줌마들 마당에 걸린 줄에다 당면을 걸고 계셨고 심부름왔냐고 어른들 반색을 하고 맞아 주었다. 힘들 들었겠지만 재미나게 수다를 떨면서 일하고 계셨던 엄마들이 기억난다.

내 어린 시절은 항상 논에서 피 뽑고 벼 베고 밭 일하고 등등 어린 시절 노동이 항상 같이 있고 그 중심에 지독하게 일하며 자식새끼들 몰아 붙였던 엄마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하나 둘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새집도 짓고 동네에선 좀 산다 하는 부자까지도 되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살았건만 명은 짧아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에 앉아 있다 쓰러져 황망하게 돌아가셔 버린 게 53세. 움직이지 않는 엄마를 붙잡고 그렇게도 그렇게도 통곡하며 서럽게 울부짖었건만 엄마는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뒤였다.
지금으로 치면 너무나 젊디 젊은 나이였는데.

집안의 기둥이 없어지고 홀로 남은 아빠는 그렇게 힘들게 모아 놓은 밭이며 논이며 여자들 꾐에 빠져 다 날려버리시고...ㅠ

지금은 엄마 나이보다 많은 나이가 되다 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라 해봤자 짤막 짤막한 단상들뿐.

초등학교 들어가던 날 양장하던 고모가 만들어준 깜찍하고 이쁜 핑크빛 꽃무늬, 치마가 풍성했던 원피스가 생각나고 거기에 손수건으로 이름표를 만들어 달고 줄을 서서 교장 훈시를 듣던 기억이 가장 오래된 기억일까? 아니다 더 어릴적 시골 외갓집에 놀러가면 멋진 외삼촌이 있어 어린 나를 목마를 태워 논길을 걸었던 기억도 있다.

엄마는 솜씨도 좋아 음식도 뚝딱 뚝딱 잘하셨는데 고추장맛은 지금도 혀끝에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있다. 너무 맛있어서 새로 만들어 금방 나온 고추장에 쓱싹쓱싹 밥을 비벼먹는걸 보고 엄마는 나를 꼬창단지라고 놀리셨다.

그시절은 미원이 대세였던 시절인지라 부엌에서 반찬을 만들곤 꼭 미원을 넣어 맛을 냈으니 음식을 잘했다고 하는게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ㅎ

명절이면 꼭 "산자"라고 했는데 찹쌀로 반죽해서 뜨뜻하게 방을 뜨겁게 데워 가득 널어 말리고 솥가득 기름속에 풍덩하면 반죽이 금방 푸르륵 부풀어 올라 누름게로 눌러주던 기억. 그것을 참 맛나게 먹었었다. 엿바르고 쌀튀김 바르기전. 잔뜩 만들어 시렁에 몇개씩 얹어놓아 호시탐탐 집어먹곤 했는데.
항상 그립고 먹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살수도 없고 해먹을 수는 더욱 더 없고 ㅎ




학교 운동회날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학교를 갔던 기억은 정확했던 건지.

학생들이 먼저 가고 부모님들은 나중에 마을 잔치하듯이 집집마다 온 가족들이 다 나와서 운동장이 사람들로 넘쳐났던 기억.

맛난 점심을 여기저기 모여서 신나게 먹고 달리기며 오재미 던지기 등 게임하고 학용품이며 바가지 세숫대야등 상품을 받던 기억

학교 가는 길에 냇가가 있는데 둑 같은 데가 있고 거기엔 항상 뱀이 우글거리는 뱀굴인지라 꼭 지날 땐 두 손을 꼭 뒤로 감추고 주먹 쥐고 피해 걸어갔던 기억. 손가락을 보여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지금도 그 생각은 머리에 박혀 있어서 뱀을 보면 손부터 감춘다. ㅋ

책을 양쪽으로 놓고 책보로 감싸서 가방을 만들어 들고 다녔던 기억.

언젠가 신고 가던 고무신이 찢어져서 질질 끌며 집에 간신히 왔던 기억.

3학년때였던가 난 갑자기 공부를 잘해야겠단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그 후로 열심히 했던 기억도.

구구단을 외우는데 외우는 사람만 집에 갈 수 있고 난 그때 금방 구구단을 외워 버렸고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교실을 나가면서 자랑스러워 했던 기억도 난다. 아마 어릴 땐 꽤나 암기력이 좋았던 듯.

5학년때인가 시험을 보는데 옆자리에 일등친구가 앉았고 산수시험을 보는데 어쩌다 답을 보니 내 답이랑 틀렸던 것 그러나 난 내 답이 맞는 거로 확신했는데 결과는 내 답이 틀렸더라. 아뿔싸~~ 낭패감을 느꼈던 기억 ㅋ

졸업할 때 성적이 좋아서 이만 원이었는지 오만 원이었는지 장학금과 사전을 받았는데 엄마에게 드리자 엄마는 좋다고 냉큼 받아갔던 기억. 잘했다고 용돈이라도 주실만한데 입 딱 씻고 냉큼 돈만 받아가셨다.ㅎ

동네 가까운 저수지가 마르게 되어서 트럭을 타고 온식구가 가서 조개 큰거를 잔뜩 잡아왔었고 엄마 지휘아래 잔뜩 잡아온 조개를 다 따서 깨끗이 씻어 요리를 해먹었던 기억도 색다른 추억으로 남아있다.


고등학교를 들어가는데 형제들이 많아 대학은 못 갈 거 같고 상고로 가면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상고로 진학했던 기억
적응을 못하고 대학가겠다고 수능반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좋은 성적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전문대라도 보내주라고 떼쓰고 집 뒤 산에 혼자 올라 울었던 기억

언젠가는 평소 엄마말 잘 듣던 딸이었는데 엄마랑 대판 싸운 일이 있었다. 엄마는 집 앞 공장빈터에서 나락을 널고 있었던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혼이 났던 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엄마에게 엄청나게 맞았다. 난 소리치고 대들며 맞으면서 없던 오기가 발동해서 끝까지 고스란히 매타작을 받고 있었고. 나중에 엄마는 징그런 년 도망도 안 가고 저리 매를 다 맞고 있는다고 지독한 년이라 고함쳐댔던 기억. ㅋ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와서 자취생활로 자유롭게 살다가 26살이 되니 선을 보자 해서 시골터미널 다방에서 만난 잘생긴 남편과 첫눈에 반해 결혼하고

결혼할 때 돈 삼백인가를 모았다고 엄마에게 주니 엄마는 아무 소리도 없이 받고는 살림살이 조촐하게 해 줘서 시집을 가고 "아이고 우리 셋째 딸이 시집을 가네" 하시던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친정엄마의 정이고 머고를 느껴볼 틈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엄마.
병원 응급실 침대에서 형제들이 죄다 달려들어 무지막지하게 울어댔던 기억
아마 다들 세상 기둥뿌리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을 것.

엄마는 그렇게 우리 형제들의 너무나 든든한 기둥이고 버팀목이었고 절대권력이었는데..

엄마를 잃고 난 어찌 살았던가?
엄마는 사라졌어도 자식들 모두 각자 자기 본업으로 돌아가 잘 살아왔다.

이따금 한 번씩 친정엄마에 대한 복받치는 그리움을 애써 잠재우며
기억 속에 대단한 여장부로 큰소리 탕탕치고 호기롭던 든든하던 엄마의 기억으로 나는 내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

내 모습은 내 자식들에게 아마도 내 엄마처럼 단단한 엄마로는 각인은 안 되겠지. 아마 내 모습은 먼가 허술하기만 하고 방관자인 엄마의 모습일 것 같다. ㅎ



울 엄마 아빠 젊은 시절~
몇십 년 전인지~
아니 몇백 년 전일 것도 같은 기분....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 이전의
너무나 낯선 사진이다.
엄마가 이렇게 미인이셨나 싶다.
새색시 분위기도 나고~
옆에 든 백은 기억이 난다.
어릴 적 보았던...

아등바등 치열하게 일만 하셨던 억순이 울 엄마!
이렇게도 곱던때도 있었구나..
얼굴에 아직도 수줍은 새색시의 미소가 남아있는 것이 오묘한 기분이다..

우리 눈에는 너무 강하고 억새보이기만 했던 모습이었는데 그런 엄마도 저렇듯 가냘프고 앳된 얼굴로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니...

시간은 참 언제나 우리 곁에서 물 흐르듯 흘러가는구나..
언제나 열심히 소중하게 살아줘야 할 시간인거지....
 
"어머니, 나의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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